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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2019년 1번째 완독 한 책.

 

완독이란 것이 이리도 힘들었던 것인가. 나는 좀처럼 완독을 해내지 못해 내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오늘, 새해가 15일이 지난 시점이 돼서야 하나의 책을 완독 했다.

 

저자인 채사장의 책중 '지대넓얕'이라고 불리는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고 나는 별점 5점을 줬었다. 내가 5점을 준 책은 아직 손에 꼽히는 정도인데. 채사장의 2번째 책을 완독하고 나니 이 저자의 책은 대체로 내 삶의 잔잔한 호수에 적지 않은 파동을 일으키는 돌멩이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인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는 말은, 내가 가진 의식의 끝은 없다는 말로 이해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늙음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인간의 삶이라는 건 꽃피우는 시간은 잠깐이고 하나둘 잃어가는 시간은 오래인 것인가.' 본문 中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할머니들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냄새를 맡아본다는.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혹시나 몸에서 냄새가 나서는 아닌지 확인해본다는 것이다.' 본문 中

 

'한때 우리는 세상의 주인공이었고 때로는 세상의 관심이 귀찮다고 느꼈었지만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소모되어가는 우리를 그대로 방치할 것이다.' 본문 中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시간이 쓸쓸할까 걱정될 뿐이라고.' 본문 中

 

 

늙음에 대한 생각을 할만한 계기가 잦았었다. 근래에는 우리 가족의 반려견 '공주'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의 공포와 슬픔은 이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내 가슴을 짓누르는 계기가 되곤 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너무나도 거칠고 힘든 기침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 거실에 나가보니, 기침을 감당하지 못한 공주가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 우리 공주는 작년 백내장 수술과 종양 수술로 두 눈을 적출했고, 남은 수명이 1년여 남짓이라 선고받은 상태다.

 

나는 공주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기 위해 머리와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때 내손을 통해 느껴지는 공주의 미세한 떨림에서 나는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다. 눈을 감은 채로 햇빛 앞에 서면 느껴지는 주황색의 화사한 느낌조차도 이제 공주는 느낄 수 없다. 공주에게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며, 청각도 거의 다 잃어가는 상태라 오로지 미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만 존재한다. 나는 그런 공주를 볼 때마다 공주가 느낄 두려움에 한없이 쓸쓸해지곤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나는 내려놓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나의 세상은 광활하고 복잡한 세계다. 그리고 타인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과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러한 충돌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또한 나에 대한 시선에 무뎌지기로 했다. 나의 세상이 타인으로 인해 좌지우지될 수 없고, 나 또한 당신의 세상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내 세상은 아직 궁금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충분히 궁금함이 해소될 때까지, 의도치 않는 끝이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끝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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