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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여행의 이유 - 김영하

 

2019년 4번째 완독 한 책.

 

이제 곧 10월, 독서량이 작년에 비해 굉장히 줄었다.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에게 독서라는 시간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 작품성 있고 흥미로운 미디어 콘텐츠가 글보다 접근성이 쉽고 빠져들기도 쉬워서 쉬이 글이 안 읽히고 있다. 그런 와중에 가뭄에 단비같이 만난 책이 이 책 '여행의 이유'이다.

 

가끔은 이렇게 돌아오기위해 접근성이 쉬운 책이 필요하다. 여행이란 소재는 나에게 다가가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가가기 쉬운만큼 잊히는 속도도 빠르다. 나는 이 책을 거의 2달 전에 읽었으나, 머릿속에 남아있는 양으로 따지면 작년에 읽은 듯한 느낌이다.

 

나는 요즘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겪고 그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다. 8년여간을 이른 아침 출근길과 무의미한 시간이 가득했던 퇴근 시간을 안고 살던 직장인에서 조금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예전부터 환경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믿고 살았지만 굉장히 커다란 환경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나는 격하게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로는 여행을 가는 빈도수가 극단적으로 줄었다. 일상의 반복과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내 여행의 이유 였다면, 그런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에 여행을 갈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나의 하루는 새벽 6시 기상으로 시작해서 1시간 반정도 산책을 다녀오고, 오트밀과 시리얼을 섞어 우유와 함께 아침을 해결한다. 샤워 후 9시부터 12시까지 일에 매진하고, 어머니가 짜주신 비트즙을 크게 한잔 들이켠 후 헬스장에 1시간 정도 다녀온다. 1시부터는 일을 다시 시작하고, 오후 4시에 식사를 챙겨 먹는다. 그리고 오후 6시 반에서 7시 정도가 되면 일을 마감하고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셋 중 하나를 선택해서 여가를 즐긴다. 그리곤 오후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다. 이 루틴을 시작한 지 2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전에 비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해지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그런 삶을 살 수 있나 싶기도 했지만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어찌됬든 이 또한 질리지 않을까 라는 마음 한 편의 걱정은 있지만 당장은 너무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체중도 꾸준히 줄고 있고 마음도 편안하다.

 

아침 산책로에서 내 여행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예전 같으면 거의 2달에 1번꼴로 여길 가고, 저길 가서 조금 더 행복해져야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나름 행복하기 때문에 여행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 제일 좋고 편안한데 뭣하러 고생길을 가야 되나라는 마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여행의 이유는 도피였다.

 

홈 스위트 홈.

 

집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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