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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표백 - 장강명

 

2019년 표면적으론 3번째 완독 한 책.

 

굉장히 인상적인 독서였다.

읽자마자 감상평을 블로그에 못쓴 게 아쉽다. 그놈의 바쁨때문에 삶이 참 녹록지가 않다. 나도 이 책에 나오는 표백 세대중에 한 명으로써 삶이 비관적인 순간이 많지만, 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리 암울하진 않다.

 

감상평을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여행의 이유 - 김영하'라는 책을 읽으면서 왔는데, 그 책에서 김영하가 말하는 소설에 대한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소설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기억이 흐릿해진다. 흐릿해진 기억은 시간이 더욱 지나고 나면 마치 새것을 보는 느낌으로 읽히기도 한다. 내가 읽은 표백은 그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가는 중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인상적이었다고 느낀 이유는 여러 번 소름이 돋았던 기억 때문이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세상에 살아갈 이유를 잃은 청년들이 연쇄적으로 자살하는 내용의 소설. 나는 그 자살의 이유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설득당해버렸다. 최루탄을 뒤집어쓰며 쟁취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던 세대에겐 요즘 세대가 배불러 보이겠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룰 수 없이 모든 것이 충족해져 버렸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점점 용인되지 않는 각박한 세상 속에 그 틀조차 비좁은 구멍으로 바뀌어 버려 아등바등 삶의 시간을 소비하는 요즘. 무언가를 이룬다 한들 의미란 것이 남아있긴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요즘 여러 가지 틀에 벗어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산다.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 돈은 반드시 그 가치에 상응하는 노동시간이 따라야 하는 것인가.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타인의 시선이 나를 지배 야할 이유는 무엇인가 등. 왜 우리는 틀 안에 갇히려 하고 틀에서 벗어나면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하는지에 대하여 많은 생각에 잠겨있다.

 

그런 내 생각이 굳어질수록 나는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 조금 더 선명해지지만 반대로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은 내게서 불편한 기운을 느끼곤 하는 듯하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난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을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사는 것에 꾀나 매달리고 산다는 것이 참 불편하기까지 하다. 내 행복이 최우선시되는 이기적인 삶. 어떠한 형태로든 직간접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나를 위해 살아가는 게 내가 나아갈 방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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