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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당선,합격,계급 - 장강명

 

2019년 2번째 완독 한 책.

2019년의 2번째 서평을 무려 7월 중순에 쓰다니... 다른 것에 정신 팔려 산 세월이 이렇게 빨리도 지나간다.

사실 7개월동안 완전한 절독을 한 것은 아니다. 상당히 많은 경제서를 읽었고, 완독보단 필요한 부분들을 쏙쏙 골라서 읽었기 때문에 서평을 쓰지를 못했다. (완독 하지 않으면 서평을 쓰지 않는다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장강명 작가의 책은 '한국이 싫어서' 이후에 2번째 접한 책이다. 병행독서로 '표백'이라는 작품도 읽고 있는데 3권째 이 작가님의 책을 읽었을 때 가치관적으로 잘 맞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출판업계의 등단 시스템과 현황 등을 다루는 르포 장르의 책이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계기는 나의 요즘 책 고르기 방식에서 시작된다.

 

나는 요즘 읽을 책을 왓챠를 통해서 고른다.

 

시간이 날때마다 책들을 검색해서 나의 예상 별점이 높게 나오는 책을 '읽고 싶어요' 항목에 저장해둔다. 이 예상 별점은 내가 그동안 완독 한 후 일일이 평점을 매겨놓은 평점 데이터를 근간으로 예상 별점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4점에 근접~ 5점에 근사치의 책들을 다음에 읽으면 대게는 성공적인 독서를 경험한다. '당선, 합격, 계급'도 내 예상 별점이 4점 근사치에 머물렀던 작품으로 그냥 제목만 봐서는 절대 내가 구매해서 볼 수 없는 종류의 책이다.

 

책은 참 고르기가 까다롭다.

요즘 세상에는 재밌는 컨텐츠가 정말 많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왓챠 그리고 각종 모바일 게임 및 콘솔게임까지, 직장인의 한정된 여가시간에 이 독서라는 콘텐츠가 나에게서 시간을 뺏어가려면 매번 성공적인 경험을 나에게 가져다주어야 할 것이다. 행여나 큰 맘먹고 집어 든 책이 너무나 졸리고 지루한 책이라면 나는 바로 유튜브를 켜거나, 게임을 해 버릴 만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나는 독서에 대한 미련을 항상 가지고 있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가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그것에 필시 독서가 자리 잡고 있다. 독서만큼 대단한 멘토를 만나지도 못했고 인생의 이정표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떤 콘텐츠도 독서만큼의 영향력은 없었다. 그만큼 나는 책을 고르는 일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늘 성공적인 독서의 경험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나는 나에게 맞는 최적의 독서 방법을 찾았으니, 그게 바로 왓챠의 평점 빅데이터였다. 나는 영화와 드라마도 이제 왓챠를 통해 작품을 고른다. 이 일로 인해 나는 미래 사회에서의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생각은 직업적인 부분과도 맞닿아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에서도 적용하기에 이른다. 시대는 대중을 아우르는 시대에서 개인의 취향을 맞춤 타겟팅하는 개인화 시대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주제에 대해 길게 얘기하는 이유는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이 책이 어느 정도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낡고 오래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이 책은 출판업계의 등단 시스템이 과연 좋은 작가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 맞는지 의심하고 조사하며 고민한다. 그리고 대게 비슷한 속성을 가진 공채 시스템이 대한민국 기업 전반의 등용 시스템이고 이 시스템을 통과하기 위해 대부분의 청년들은 의미 없고 필요 없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출판업계와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의 모든 사회에 문제로 대두되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교육과 인재 등용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 있는 사람이었다. 이는 예전에 읽은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평균의 종말' 전체적인 시선을 다룬 책이라면, 이 책은 그중 하나의 사례인 출판업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대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이다. 시간의 흐름은 인간의 해결 과제다. 높은 작품성으로 대두되던 문학 작품이 시대가 변하고 나면 형편없는 가치관으로 비판받기 마련이며 이는 응당 당연한 흐름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이와 같은 현상을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김훈의 작품에서 보았다.

 

김훈의 작품의 남성은 섹스 도중 여성에게서 '젖국 냄새'를 맡는다. 그의 작품에서 여성은 보는 독자로 하여금 상당히 남성 중심적 사고의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이건 김훈 작가의 글에서만 그렇지다 않다. 대게의 이전 시대 작품들에서는 상당 부분의 문학 작품들이 이렇다. 내가 어릴 때 한창 조폭 장르가 전국을 뒤덮던 시절. 티브이에서는 술집 여자, 노래방 도우미 같은 역할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요즘 이런 역할이 티비에 방영된다면 보는 시청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시대가 지날수록 남성 중심적 사고는 좀 더 빠른 속도로 남녀가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전 시대에 효율적으로 보였던 시스템들은 이 시대에 맞춰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어느 자료에서 인간의 역사 100년간 휴대폰은 외관과 기능이 수도 없이 바뀌어 세상에 혁신을 불러일으켰지만, 100년 전의 교실 사진과 현재의 교실 사진은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본 적이 있다. 교육과 시스템은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좌우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그 장점을 기반으로 한 직업을 많은 사람들이 갖게 된다면 인간사의 발전 속도는 눈이 부실 것이며, 사실 전체의 발전속도는 차치하더라도 개인의 행복이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아직도 똑같은 모양의 인형들을 찍어내는 시스템들로 가득하다. 인간의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최근 스터디 카페에 일본어 공부를 하러 갔을 때 많은 중고생들이 새벽 2시가 되도록 입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과연 옳은 시스템일까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우리는 많은 도덕적 오류를 안고 산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모두가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갈 테지만 우리는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대부분이 같은 공부를 하고, 그 공부를 박 터지게 한 사람 많이 그제야 조금이나마 원래 해보고 싶었던 일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대게 어떤 분야들은 그런 공부가 전혀 필요가 없음에도, 통과 기준이 입시 성적이어서 그 쓸데없는 공부를 게으르지 않게 해낸 자만이 기회를 부여받는다.

 

입시 시스템에서는 확실히 그런 과정에서 개인의 성실성은 판단할 수 있겠으나, 직무적인 능력을 과연 고르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그 옛날 사법고시가 법전만 달달 암기한 암기왕들을 통과시켜 오늘날 한국 사회에 대부분의 법조계와 정치권 최상단 자리를 마련해준 것처럼. 과연 시스템이 그 직군에 올바른 사람을 앉혀놓고 있는지 의심하고 변화해야 한다. 법과 정치에 정작 가장 많이 평가되어야 할 정의감에 대한 부분은 도대체 어느 시스템에서 평가받고 있을까.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거친 자들을 믿고 국가의 미래를 맡겨 두어도 괜찮을까?

 

쓰다 보니 주저리주저리가 됐고 정작 책의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난 이 책을 읽고 내 가치관이 조금 더 확실한 색깔이 칠해지는 경험을 얻었다.

 

이제는 더 다양한 독서를 통해 이 가치관이 조금 더 명확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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