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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열두 발자국 -정재승

 

2020년 1번째 완독 한 책.

 

온전히 2020년에 읽은 책은 아니고, 2019년의 끝자락부터 읽어오다가 1월1일에 완독을 했다. 과학이라는 분야가 나의 체질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일전에 읽은 여러 권을 통해 확인해왔던 터라, 이 책도 큰 기대감없이 '전문 용어가 남발하는 책이면 바로 덮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작가의 의도인지 크게 어려울만한 과학 용어는 나오지 않았고 강연에서 다룬 내용을 옮긴 책이기에 구어체로 구성되있어 읽기가 굉장히 수월했다. 간만에 만난 아주 좋은책이었다. 얻은 것도 많았고 생각할거리도 많았다. 다만 시간이 일주일쯤 지나고 서평을 쓰다보면 머리에 도통 남지를 않는다. 그사이에 다른 여러권을 책을 읽다보면 이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그래서 나는 전자책으로 밑줄 쳐주었던 인용문을 참고하며 이 글을 쓴다.


'사람들은 이렇게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합니다' - 분문 중-

 

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상대적으로 결정이란 행위를 매우 자주 하는 탓에 결정 장애가 없는게 나의 탁월한 장점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한 결정의 많은 부분이 상당히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된 것들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통계적인 수치나 논리적인 근거는 내가 찾고 싶은 부분만 눈여겨 보고 이내 머리속에서 감각적으로 이를 합리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됬다. 그렇다고 이제 그런 결정의 프로세스의 근간을 뒤흔들겠다 이런 다짐보다는 인간은 다 그렇다고 하니 거기서 얻는 공감이랄까? 그런 것을 느끼며 책을 넘겼다.


'우리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고 과장되고 지워지죠' -본문 중-

 

그렇다 참 쉽게 왜곡되고 과장되고 지워진다. 그래서 글을 써서 남기는 행위가 참 소중하고 값어치 있다고 느껴진다. (습관화가 되지 않아서 자주 쓰진 못하지만... 의식 적으로 글쓰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저 사람이 저걸 믿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분문 중-

 

상대를 이해하려 하고 나를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다. 사실 추구한다해도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이런 태도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를 되뇌이며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일단 시도해보라’는 겁니다. 그러면 그 시도가 시도 자체로 끝나지 않고, 나만의 지도를 그리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분문 중-

 

시도. 시도를 해야한다. 세상을 탐구해야한다. 그것이 곧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두려움과 결핍이 나를 만든다. 피하면 제자리에 머물뿐이다. 반드시 진보하는 삶을 말하는 것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다. 인간의 삶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비교와 정답을 표준화 하려는 사회를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시도가 타인에 의해 값어치 없는 시도로 평가 받지 말아햐 할 것이다. 시도에 대한 평가는 본인만의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보다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느냐, 혹은 내 맘에 드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인 사람들은 실패할 것 같더라도 그것을 선택합니다.- 분문 중-

 

타인의 인정에서 오는 즐거움도 값어치 없는 것으로 치부 될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은 타인이 인정에 목을 매고 있기에 본인의 만족도에 의한 선택이 존중 받아야 함을 알아야 한다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일전에 본 '편의점 인간'이란 소설의 주제와도 비슷한 것 같다. 나이를 많이 먹고 결혼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는 것이 사회적 시선에서는 값어치 없는 일을 지속하는 잉여 잉간으로 취급받지만, 본인의 삶이 그것으로 충분하고 행복하다면 비난 받을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르신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요. 늘 사던 브랜드를 사고, 늘 입던 브랜드의 옷을 입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과 관련된 영역이 아니면 크게 확장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만큼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의 진폭이 줄어들거나 고정된다는 겁니다. 새로고침이 더 어려워진다는 거죠.- 분문 중-

 

이 부분은 요새 일을 하는데에 있어서 중요 참고점이 됬다. 내가 현재 참여하고있는 프로젝트의 서비스 이용 연령대가 상당히 고연령대이다보니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뇌과학적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게임을 조금더 쉽고 단순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 같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라는 겁니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고요, 이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선 어떤 것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돌아봤을때 '맞아'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대목이었다. 생각보다 예측할 수 없었던 불행은 그냥 쿨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다가 올 불행이 구체화되서 내가 확연히 체감할 수록 정신적인 면이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예측할 수 없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도 사례가 있다. 무계획 여행이 대체로 그런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로 떠난 여행에서 큰 행복을 만끽할수 있었다. 오히려 철저하게 계획한 여행에서 기대했던 장소가 실망스러울때 지난날의 고생이 후회스럽고 이 여행이 왠지 망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준다. 그런고로 앞으로의 여행들은 좀더 비계획적인 여행이 되는게 좋을 것 같다.